프로젝트 한강이란? 한국 CBDC와 미국 스테이블코인, 무엇이 다를까

지난 7월 15일 금융위원회가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신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예금토큰 이용자 규모가 50만 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결제 중심이던 1단계와 달리 2단계에서는 개인·법인 간 송금과 국고보조금 집행 같은 공공 영역까지 실험 범위가 넓어졌다. 같은 시기 미국은 GENIUS Act 세부 규정을, 중국은 이자 지급형 ‘디지털 위안화 2.0’을, 일본은 외국 스테이블코인 수용 규정을 각각 시행하며 디지털 화폐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 나라가 그리는 그림은 각각 다르다. 이번 글에서 그 차이를 정리한다.


프로젝트 한강이란?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금융결제원 및 7개 시중은행과 함께 진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증 사업이다. 핵심은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이다.

  • 기관용 CBDC: 은행 등 금융기관이 은행 간 결제에 쓰는 중앙은행 화폐의 디지털 버전. 지금의 지급준비금이 하는 역할을 분산원장 위에서 수행한다.
  • 예금토큰: 은행이 보유한 개인·기업의 예금을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 이용자는 은행 앱에서 자신의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결제·송금에 사용한다.

2025년 1차 실거래 파일럿에서는 결제와 디지털 바우처 사용 경험에 집중했다면, 2026년 3월 발표된 2단계에서는 경남은행·iM뱅크가 새로 합류하며 송금 기능, 지문 인증, 편의점 체인을 통한 전국 단위 사용처가 추가됐다.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는 이를 “토큰화된 도매 중앙은행화폐를 활용한 실험”이라며 “현재의 2단계 통화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라고 표현했다.

왜 프로젝트 한강이 필요했을까?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 현금 이용 감소: 실물 화폐 사용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중앙은행 화폐의 존재감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유지할 필요가 커졌다.
  •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대응: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곧바로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은행 시스템에 기반한 CBDC·예금토큰 결합 모델을 먼저 검증하는 길을 택했다.
  • 결제 인프라의 공공성 확보: 결제망이 민간 사업자에만 맡겨질 경우 특정 사업자가 지나치게 커지면서도 투명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경으로 꼽힌다.

프로젝트 한강 vs 미국 스테이블코인: 근본적으로 다른 발상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부터 짚고 가자. **”프로젝트 한강도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아니냐”**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발행 주체와 신뢰 구조 자체가 다르다.

미국은 정반대 방향을 택했다. 2025년 7월 제정된 GENIUS Act(지니어스법)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신용조합·비은행 기관 모두에게 허용하되, 현금과 단기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1:1 준비금을 쌓고 매달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민간 발행 체계다. Tether(USDT), Circle(USDC) 같은 민간 회사가 발행 주체이고, 이용자는 그 발행사의 준비자산 관리 능력과 상환 가능성을 신뢰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2026년 6월 미국 상원을 통과한 ‘반CBDC법안’은 연준이 CBDC를 직접 발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즉 미국은 “중앙은행은 발행하지 않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규제한다”는 노선이다.

반면 프로젝트 한강의 예금토큰은 은행이 보유한 예금 그 자체를 디지털화한 것이라 한국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체계상 가상자산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예금자보호 대상에도 포함된다. 신뢰의 원천이 ‘발행사의 준비자산’이 아니라 ‘기존 은행 시스템과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구분프로젝트 한강 (한국)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미국)
발행 주체한국은행 + 시중은행민간 기업(은행 포함 가능)
신뢰 기반중앙은행·예금보호 체계발행사의 1:1 준비자산
법적 성격예금(가상자산 아님)규제된 디지털 화폐 자산
현재 단계2단계 실증(2026.7~)세부 규정 확정 중, 2026년 말~2027년 초 본격 시행 목표
정책 방향중앙은행 주도 인프라 실험민간 주도 + 연준 CBDC 발행은 금지 추진

중국의 디지털위안화: 국가 주도형의 끝판왕

중국은 CBDC를 가장 오래, 가장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나라다. 2014년 연구를 시작한 디지털위안화(e-CNY)는 2025년 11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 16.7조 위안(약 2조 3,700억 달러), 누적 거래 건수 약 35억 건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CBDC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부터는 ‘디지털 위안화 2.0’ 체제로 전환해 단순 디지털 현금에서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형 화폐로 격상시켰고,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민간 결제 앱과도 연동돼 있다.

중요한 차이점은 목적이다. 한국의 프로젝트 한강이 국내 결제 인프라 실험에 방점이 있다면, 중국은 상하이 국제운영센터를 통해 국경 간 결제와 위안화 국제화, 그리고 mBridge 플랫폼을 이용한 달러 결제망 우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스위프트 의존도를 낮추려는 안보적 동기도 함께 작동한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의 접근: 신중한 CBDC, 발 빠른 스테이블코인 개방

일본은행은 여전히 “소매 CBDC 발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소매형 CBDC 파일럿과 토큰화된 중앙은행 예금 실험(블록체인 결제 샌드박스)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프랑스·스위스·영국·미국 뉴욕연준 등과 함께 국경 간 결제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아고라’에도 참여 중이다.

동시에 일본 금융청은 2026년 6월 외국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을 허용하는 규정을 발효시키며 엔화 온체인화에도 속도를 냈다. 정리하면 일본은 “CBDC는 신중하게, 민간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빠르게 열어준다”는 이중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또 다른 축: 리플(XRP) 생태계와의 결합

일본의 디지털 화폐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리플(Ripple) 생태계와의 밀접한 관계다. 일본 대형 금융그룹 SBI홀딩스는 오래전부터 리플의 주요 파트너였는데, 2026년 6월 일본 금융청(JFSA) 승인을 받아 리플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일본 내 ‘전자결제수단’으로 공식 출시했다. SBI신세이은행은 같은 해 가을부터 예금 이자 일부를 비트코인·이더리움·XRP로 지급하는 서비스까지 준비 중이다.

여기서 CBDC 논의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일본은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국가 간 중앙은행 인프라’를 실험하는 동시에, SBI 리플 아시아를 축으로 한 XRP 레저 기반 민간 송금망도 함께 키우고 있다. 실제로 2026년 초에는 한국의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과 SBI 리플 아시아가 한일 간 송금에 XRP 레저를 활용하는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즉 일본은 ‘중앙은행 인프라(아고라)’와 ‘민간 블록체인 네트워크(XRPL)’를 동시에 실험하며 어느 쪽이 실제 국경 간 결제에서 우위를 점하는지 지켜보는 이중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리플이 스스로를 여러 스테이블코인·CBDC를 잇는 ‘허브’로 포지셔닝하려는 전략과도 맞물린다.

기술 구조로 보는 차이: 계좌 기반이냐, 토큰 기반이냐

네 나라의 정책 차이는 기술 설계 차이와도 맞닿아 있다.

  • 한국(프로젝트 한강): 분산원장(DLT) 기반의 토큰형 구조를 쓴다. 예금을 스마트컨트랙트가 처리 가능한 토큰으로 전환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바우처 같은 조건부 지급까지 실험한다. 다만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이 결합된 형태로, 완전한 범용(소매) CBDC와는 결이 다르다.
  • 미국(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연준의 중앙 시스템이 아니라 민간 발행사가 운영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되는 토큰형 구조다. 준비자산은 발행사가 은행 계좌·국채로 별도 관리하며, 정부는 그 발행사를 규제하는 방식이다.
  • 중국(디지털위안화): 계좌 기반과 토큰 기반을 혼합한 이중 운영체계(two-tier system)를 쓴다. 인민은행이 업무 규칙과 기술 표준을 정하고, 상업은행이 실제 발행·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로,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기존 계좌형 인프라와도 연동된다.
  • 일본: 소매 CBDC는 계좌 기반에 가까운 파일럿 단계이며, 별도로 토큰화된 중앙은행 예금(도매용)을 블록체인 샌드박스에서 실험 중이다. 여기에 민간 영역에서는 XRP 레저라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토큰형 네트워크가 병행되는, 가장 혼합적인 구조를 보인다.

정리하면 ‘누가 원장을 통제하는가’가 핵심 차이다. 한국·중국은 중앙은행(또는 인가받은 은행)이 원장을 통제하는 폐쇄형에 가깝고, 미국의 스테이블코인과 일본의 XRP 활용은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민간이 발행하되 정부가 사후 규제하는 개방형에 가깝다.

국경 간 결제망 경쟁: 프로젝트 아고라 vs mBridge

디지털 화폐 경쟁은 국내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경 간 결제망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둘러싼 두 개의 큰 축이 있다.

  • 프로젝트 아고라(Agorá): 프랑스, 스위스, 일본, 한국, 멕시코, 영국(영란은행), 미국(뉴욕연준) 등 7개 중앙은행과 40여 개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실험이다. 중앙은행 CBDC 대신 토큰화된 시중은행 예금을 중앙은행의 도매 자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쓴다. 2025년 테스트를 시작해 2026년 상반기 보고서 발표를 목표로 하며, 한국도 참여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한강과 연결 지점이 있다.
  • mBridge: 중국이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참여 중앙은행 간 직접 거래 방식을 통해 달러 같은 중개 통화 없이 국경 간 정산을 지원한다. 스위프트(SWIFT)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제 비용·속도뿐 아니라 금융 제재 회피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두 플랫폼을 대비하면, 아고라는 “기존 국제 결제망(스위프트 중심 체제)을 서방 중앙은행들이 함께 재정비하는 접근”, mBridge는 “중국이 별도의 결제 고속도로를 새로 까는 접근”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은 프로젝트 한강(국내)과 프로젝트 아고라(국경 간) 두 실험에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셈이고, 일본 역시 아고라 참여와 별개로 XRP 레저 기반 민간 송금망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오해와 진실: 자주 헷갈리는 부분

  • 오해: 프로젝트 한강은 일반인이 매일 쓰는 ‘한국판 CBDC 화폐’다. 사실: 현재 단계는 예금토큰 실증 사업으로, 참여 은행 이용자가 자신의 예금을 토큰으로 전환해 제한된 사용처에서 쓰는 실험이다. 전 국민 대상 정식 발행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 오해: 한국도 결국 미국처럼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사실: 현재까지 정책 무게중심은 은행 시스템 기반의 CBDC·예금토큰 결합 모델에 있으며, 민간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별도 트랙에서 진행 중이다.
  • 오해: 중국·미국·일본 모두 같은 방향으로 CBDC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국가 주도 소매+국제화 전략, 미국은 CBDC 자체를 금지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전략, 일본은 CBDC에 신중하되 민간 스테이블코인 유통은 개방하는 전략으로 서로 다르다.

투자자 입장에서 봐야 할 포인트

프로젝트 한강 자체는 상장 자산이 아니므로 직접 투자 대상은 아니다. 다만 각국의 움직임이 실제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로는 분명히 존재한다.

  • 국내 정책 신호: 은행권 예금토큰 인프라가 실제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 결제 관련 규제 논의(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의 확장 속도는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점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볼 수 있다.
  • 미국 규제 일정 체크: GENIUS Act의 OCC·재무부 최종 규정은 2026년 7월 발표, 본격 시행은 2026년 말~2027년 초로 예상된다. 이 시점 전후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증가 속도, 신규 발행사 진입, 국채 수요 변화가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일정 자체를 캘린더에 표시해둘 만하다. 실제로 GENIUS Act 통과 이후 스테이블코인 월간 발행액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반면 비트코인은 오히려 조정을 받은 사례가 있어, ‘스테이블코인 확대 = 알트코인·비트코인에 항상 긍정적’이라는 단순한 도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 중국·mBridge 리스크: 중국의 디지털위안화 국제화와 mBridge 확대는 위안화 표시 자산, 아시아 역내 결제망,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대러시아·대중동 제재 우회 이슈 등)와 맞물려 정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 일본-XRP 생태계 익스포저: SBI의 RLUSD 일본 출시, SBI신세이은행의 XRP 이자 지급, 한일 송금 공동 연구 등은 XRP 관련 자산에 대한 실사용 기반 수요를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 파트너십과 개별 은행의 상품 전략이며, 일본 정부의 공식 CBDC 정책과는 별개 트랙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 아고라 참여국 프리미엄 여부: 한국이 프로젝트 아고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국경 간 결제 인프라 표준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아직 보고서 발표 전 단계이므로 구체적 투자 시사점으로 연결하기는 이르다.

결론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판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중앙은행과 은행이 함께 만드는 예금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 실험이다.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되 연준의 CBDC 발행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중국은 국가 주도로 국내외 결제망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방향으로, 일본은 CBDC에는 신중하면서 민간 스테이블코인 유통은 개방하는 절충안으로 각각 움직이고 있다. 네 나라 모두 ‘디지털 화폐’라는 같은 단어를 쓰지만, 그 안에 담긴 정책 철학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이번 비교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프로젝트 한강에 지금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나요? 참여 은행 이용자 중 실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전 국민 대상 서비스는 아직 아니다.

Q.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은 같은 건가요? 아니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 자체를 디지털화한 것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발행사가 보유한 준비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별도의 디지털 자산이다.

Q.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올 수 있나요? 관련 법 제정 및 정책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프로젝트 한강과는 별개 트랙으로 다뤄지고 있다. 확정된 시행 시점은 아직 없다.

Q. 일본의 RLUSD·XRP 활용은 일본 정부의 CBDC 정책인가요? 아니다. RLUSD 출시와 SBI신세이은행의 XRP 이자 지급은 민간 금융그룹(SBI)과 리플의 파트너십에 따른 것으로, 일본은행이 추진하는 소매 CBDC 파일럿·프로젝트 아고라와는 별개의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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